hongzi
2018.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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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폐의 길들이 좁아져
그마저 진득한 가래로 막혀버리면
서서히 몸의 모든 기능이 떨어진다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드는 건가
숨이 진짜 막히는건가
가슴이 답답해지고
몸이 말리고 기침이 시작된다

작은 숨으로
몸을 움직이기 위해
목소리가 작아지고
걸음이 느려지고
대강 생각한다

숨을 들여마시고 내뱉고 있는지 틈틈이 들여다본다

한번 멎으면 죽는다
무섭고 두렵다
그냥 죽으면 그만이지 하다가도 또 무섭고 두렵다
숨을 쉰다는 일이 참 고맙다


#들이마시고 내쉬고 하루 500번 연습





hongzi
201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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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불안감은 내가 잠시 모르는 척 하는 사이 덩치를 불려나간다.
작은 감정의 조각 하나도 스스로 사라지지 않는다.
늦더라도 알아차려주고 많이 무서워하고 걱정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울고 징징거려야 한다.
충분히 해야한다.

걱정해서 뭐하냐고? 괜찮을거라고?
누가 뭐래도 문 잠구고 손톱을 다 뜯어먹으며 충분히 두려워해야한다.
그러다보면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 싶을 때가 온다.
슬슬 나가서 어떻게든 해보자 싶어진다.
이 과정을 건너뛰어선 안 된다.
그래야 오래도록 건강하게 불안과 함께 할 수 있다.

#애낳기무서워



hongzi
201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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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_낮>

잠에서 눈을 떴을 때 수술은 끝나있었다.
의사는 평소처럼 담담하고 군더더기 없는 표정으로 양옆에 옷을 벗은 아이를 데리고 있었다.
하나는 약간 자란 남자아이. 하나는 갓 태어난 여자아이.
의사도 나처럼 배에 수술자국이 있다.
의사라기 보단 여자로서 무심하지만 믿음직스럽게 앉아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내 몸의 수술자국을 들춰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는 수술에 대해 자세히 묻고 싶었지만 묻지 못했고
서 있을 수 있을만큼 회복이 됐으니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회복실로 걸음을 옮겼다.
이미 의사로부터 보호자가 할 일을 전해들은 가족은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의사의 방을 여러차례 들락거렸다.

#살색.흰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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