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정의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복잡해서 규정할 수 없는 것. 다양해서 통합되지 않는 것. 설명하기도 전에 변해버리는 것. 잘 포장되서 실체를 알기 힘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정의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 허무한 결론은 나에게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삶의 주체로서 ‘나’라는 기준점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한편으로 무한한 자유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 자유의 불확실성은 영원히 불안을 동반할 것만 같다.

나는 thread series(실작업)을 통해 이로 인한 불안감을 조절하는 방식으로‘지금을 지날 때마다, 변한다’ 라는 명제를 지속적으로 각성하고 받아들기를 연습한다. 실을 틀에 감아 임의의 캔버스를 만들고 그 위에 주로 기하학적인 단순한 이미지를 그린다. 실오라기들이 모이면 형상이 생성된다. 이미지가 만들어지면 풀어내고 다시 감거나 실을 당겨 왜곡시킨다. 이때 형태가 사라지는 동시에 어떠한 상징성이나 해석도 해체된다. 이런 과정은 정의나 의미가 생성되고 왜곡되고 사라지는 것을 은유적으로 재현해본 것이고 나는 그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점차 상실감에 익숙해진다.ㅣ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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